지난해 가장 인상 깊었던 게임 업계의 이벤트는 단연 아이콘매치다.
아이콘매치는 넥슨이 전설적인 축구 선수들이 창과 방패 콘셉트로 경기를 펼치는 축구 행사로, 작년 10월 카카, 드로그바, 앙리, 피구, 셰우첸코, 퍼디난드, 푸욜 등 게임으로만 만나볼 수 있던 선수들이 방한해 전례 없는 이벤트 매치를 선사했다. 현장에는 64,000명이 넘는 현장 관람객이 운집했고, 라이브 방송 누적 시청자 600만 명을 기록하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에서도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24일 넥슨 개발자 콘퍼런스(NDC)에서 넥슨코리아 FC 마케팅 1팀 최인기 팀장은 '축구팬들의 판타지를 현실로 - 세상에 없던 매치, 넥슨 아이콘 매치 포스트모템'이라는 제목의 발표를 진행했다. 넥슨은 지난해의 열풍을 올해도 이어가고자 오는 9월 13일과 14일 양일간 '2025 아이콘매치'를 진행한다. 이용자들의 큰 관심과 기대 속에 재경기 요청 서명은 수일 만에 100만 명을 돌파했으며, 2006년 월드컵 재경기 서명을 패러디한 기획으로 시작부터 세간의 눈길을 끌고 있다.
넥슨코리아 FC 마케팅 팀은 어떻게 이 이벤트를 2년 연속으로 개최할 수 있었던 걸까? 최인기 팀장의 말을 들어보자.
# 넥슨은 왜 이렇게 축구에 진심이에요?
최인기 팀장은 발표에 들어가기에 앞서 그룹 내의 마케팅 조직원을 비롯한 그룹의 팀원, 리더, 외부 지원 부서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이어서 오늘 발표는 마케팅 영역 위주로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특정하면서, 아이콘매치의 기획 배경과 진행 과정, 중요했던 사항을 소개하고, 프로젝트를 통해 얻었던 인사이트까지 이어서 설명하겠다고 안내했다.
최 팀장은 2009년부터 BTL 마케팅을 시작으로 처음 마케팅 업계에 발을 디뎠다. 어렸을 적부터 축구를 좋아해 언젠가는 한번 축구 산업에 종사해 보고 싶다라는 꿈을 가지게 되었던 그는 관련해 유학을 다녀왔고, 이후 축구 라이센스 에이전트로 커리어를 이어갔다. 이어서 축구와 마케팅의 접점을 고민한 끝에 축구 자산(FC 온라인)을 활용해서 마케팅을 할 수 있는 넥슨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가 속한 FC 마케팅 1팀은 축구를 통한 스포츠 마케팅, 디지털 채널 운영, 라이센스 매니지먼트 및 e스포츠 업무 등을 관리하고 있다.
아이콘 매치는 작년 10월 19일과 20일에 진행되었던 축구 이벤트다. 세계적으로 전설적인 축구 선수들이 창과 방패라는 컨셉을 가지고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축구 경기를 펼쳤다. 30명에 가까운 슈퍼 스타들이 한국을 방문해 축구 이벤트는 물론 많은 콘텐츠와 이야기를 남기고 돌아갔다. 아이콘 매치는 전 세계에서도 유례 없는 레전드 매치로 당시 축구 팬들 사이에서 많은 화제를 낳았던 이벤트였다.
최 팀장은 아이콘 매치 이후 '게임 회사가 왜 이렇게 축구에 열심이냐'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여기에 그는 매치 이전부터 넥슨은 축구에는 항상 진심이었다며 그라운드 앤이라는 한국 유소년 축구 후원 프로그램을 수년간 지속 중이라는 사실과 한국 프로축구연맹, 대한축구협회, 각종 프로팀 등 여러 가지 경기 단체들과의 협업 중이라는 점을 주지시켰다.
그는 "이 모든 것의 밑바탕에는 단순히 저희 게임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저희를 통해서 지금의 축구가 더욱 즐거워지기를 바란다라는 목표가 있었다"라며 "축구 팬들과의 접점에서 단순히 저희 브랜드를 노출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접점을 기존에 없었던 방법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아이콘매치 또한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이벤트가 아니라 앞서 말씀드린 전략들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 축구 이벤트가 없어? 그러면 우리가 만들자!
모든 스포츠 게임이 그러하겠지만, 'FC 온라인' 또한 현실 축구로부터 굉장히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일례로 넥슨은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이후 사업의 주요한 지표들이 큰 성장을 이뤘다. 당시 매출은 전년도 대비 약 12.3%가 성장했다. 물론 이런 결과가 월드컵만의 효과라고 특정할 수는 없다고 단서를 달면서도 최 팀장은, 분명히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라는 것이 저희 조직의 분석 결과라고 소개했다.
월드컵뿐만 아니라 아시안게임, 아시안컵 올림픽과 같은 이런 스포츠계의 메가 이벤트들은 분명 저희 사업적 지표에 있어서 중요한 요인이었다. 하지만 지난해는 이런 긍정적인 외부 환경을 기대하기가 어려웠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지난해 부진한 성적을 거두며 한국 축구계의 메가 이벤트들은 힘을 잃었다. 대표팀 감독의 경질과 관련된 잡음 등 이 축구계의 부정적 이슈들까지 겹쳤다.
최 팀장은 지난해를 "저희 입장에서는 악재의 연속이었다"며 "기나긴 논의와 고심 끝에 저희가 선택한 방법은 정면 돌파"라고 이야기했다. 그동안 넥슨이 현실 축구의 외부 환경에만 의존했다면, 이제는 그 환경을 직접 만들어 보자라고 생각했다. 쉽게 말해서 축구계에 메가 이벤트가 없다면 넥슨이 스스로 그 메가 이벤트를 만들어 보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 나만의 판타지 스쿼드를 현실로
최 팀장 또한 많은 축구팬들과 마찬가지로 "나만의 드림 스쿼드"에 대한 낭만을 가지고 있었다. "호나우두와 차범근 감독님이 한 팀이 되는 그런 상상을 하곤 했던" 그는 이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들로 자신만의 스쿼드를 꾸릴 수 있다는 것은 모든 축구팬들의 축구 팬들의 판타지"라고 말했다. 'FC 온라인' 인터뷰에 참가한 손흥민 선수도 그런 판타지를 가지고 있었다.
넥슨은 많은 유저들이 게임을 이용하는 주요한 요인 중에 하나가 바로 이 판타지의 실현이라고 생각했다. 현실에서는 이제 실현할 수 없는 판타지 스쿼드 (이를테면 굴리트와 손흥민의 한 팀에서 뛰는 것과 같은 스쿼드)를 현실로 가지고 올 수 있도록 기획해보자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게임에서만 가능했던 상상을 직접 눈앞에서 보여줄 수 있는 이벤트를 만들어 보자라는 것이 이 기획의 출발점이었"다.
하지만 이미 은퇴한 선수들로 구성된 이벤트 매치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먼저 선수들의 전성기 시절의 폼을 유지할 수 없었으므로 이 매치 자체에 대한 매력이 있을까라는 우려가 들었다. 또 하나는 소위 레전드 매치라고 불리는 이런 이벤트 매치가 국내에서는 처음일지 몰라도 전 세계적으로는 이미 수차례 진행된 포맷이었다.
그래서 넥슨은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창과 방패"라는 상상력을 가미했다. 최 팀장은 "축구를 포함해서 모든 스포츠가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불리는 이유"를 "그 결과를 알 수 없기 때문"이라며 결과의 불확실성은 스포츠 매체에 있어서 절대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반면 기존에 진행되었던 레전드 매치들은 참가하는 선수들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넥슨은 아이콘매치가 이벤트성 레전드 매치임에도 불구하고 이 승부의 불확실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오랜 시간 동안 축구 팬들의 난제였던 이 창과 방패의 대결을 선택하게 되었다. 참가하는 선수를 떠나서 공격수만으로 이루어진 팀과 수비수만으로 이루어진 팀의 대결은 모든 축구 팬들이 궁금해할 것임을 확신했던 것이다.
그렇게 "모든 축구 팬들이 궁금해하지만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대결을 우리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눈앞에서 보여주자"고 결론을 내렸다. 최 팀장은 "이는 곧 우리가 누군가의 판타지 실현의 매개체가 되는 것", 그리고 "우리를 통해서 지금의 축구가 더욱 즐거워지게 만들자라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표가 되었다"라고 이야기했다.
# 아이콘매치에 전설적인 축구선수들이 모인 이유
그러나 넥슨에게는 이만한 사이즈의 이벤트 매치를 기획해본 경험이 없었다.
최 팀장은 "저희가 할 수 있는 부분과 부족한 부분을 판단해 보았다"며 팬덤, 네트워크, 그리고 영상 콘텐츠를 3대 핵심 역량으로 제시했다. ― 'FC 온라인'에는 수백만 명이 넘는 유저들이 있지만, 이 프로젝트 기간 동안 이 축구 팬들의 관심을 이끌고 갈 수 있는 강력한 팬덤과 확산 가능한 채널이 있을까를 검토했다. 전 세계에 흩어진 레전드 선수들을 한 군데 모아야 했기 때문에 이들을 한 데 엮을 수 있는 네트워크는 가히 절대적인 요소였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을 한 편의 긴 영상 콘텐츠로 만들어 유통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래서 넥슨은 프로젝트 파트너로 슛포러브를 선택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축구 팬을 보유한 축구 채널로서 강력한 팬덤은 물론 기존의 수많은 레전드들과의 촬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 콘텐츠 제작 역량과 네트워크까지 동시에 겸비한 프로젝트에 가장 적합한 파트너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넥슨은 슛포러브를 시작으로 각 영역에 필요한 전문 기관들의 협조를 요청하게 되었다. 그렇게 넥슨은 필요 시에는 입찰 과정도 거치면서 전체 20개가 넘는 파트너사들로 구성된 협력 체계를 구성했다.
특히 이 준비 과정에서 섭외를 위해 대단히 많은 공을 들였다. 기존에 팀 단위나 대표팀 단위의 초청은 수차례 있었지만 아이콘 매치처럼 모든 선수를 개별로 초청한 사례는 처음이었다. 넥슨의 전략은 단순했다. "걔도 간다고? 그럼 나도 가야지" 전략으로 선수들 사이에 인맥을 활용해, A 선수가 움직이면, B 선수도 움직일 수 있도록 흐름을 만든 것이다. 넥슨은 사전에 어떤 선수와 어떤 선수가 친하다는 정보를 입수한 후에 그 선수를 먼저 설득하고 그 선수를 중심으로 점차 섭외망을 점진적으로 확장했다.
그렇게 나중에는 심지어 참가하는 선수가 다른 선수를 직접 섭외해 오는 케이스도 발생했다. 최 팀장은 "선수 섭외를 진행하면서 이제는 아이콘 매치를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캠페인 기획도 시작하게 되었다"라고 전했다.
# 이틀 행사로 수개월짜리 콘텐츠를 뽑은 노하우
넥슨은 단 이틀간 진행되는 오프라인 이벤트를 수개월짜리 캠페인으로 이어가려 했다. 대중들의 관심 또한 지속시키기 위한 고민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최인기 팀장은 "이 캠페인을 한 편의 긴 드라마로 구성하고 마지막 에피소드는 현장에서 공개한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고 술회했다. '세상에 없던 매치, 그 기적을 직관하라!'는 제목의 슬로건을 뽑고, 이 슬로건을 통해서 매치 콘셉트에 대한 매력을 강조하고 현장 방문까지 유도하고자 했다.
'창과 방패'라는 세계관을 구축하고 그 세계관에 맞도록 두 선수(앙리와 퍼디난드)가 창과 방패의 대결을 주제로 공격수와 수비수 서로의 입장을 밝히면서 자연스럽게 두 선수의 자존심 싸움으로 커져 가도록 일종의 WWE 각본 같은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결국에는 오히려 선수들이 먼저 저희에게 창과 방패의 대결을 주선해 달라고 요청을 하는 식으로 영상 콘텐츠가 전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