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21년 만에 귀환하는 3D 격투 게임의 전설, <버추어 파이터> 시리즈의 최신작이 <버추어 파이터 크로스로드(VIRTUA FIGHTER CROSSROADS)>라는 정식 타이틀명과 함께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세가는 앞서 지난 2024년 12월, 새로운 <버추어 파이터> 프로젝트의 티저 영상을 깜짝 공개하며 전 세계 게이머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용과 같이 스튜디오가 개발을 맡은 이번 신작은 전작보다 확연히 진화한 그래픽과 빠른 템포의 사실적인 액션, 그리고 시원시원한 타격감을 예고하며 오랜 팬들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티저 공개 이후 긴 기다림 끝에 마침내 구체적인 정보가 드러났다. 세가는 지난 6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서머 게임 페스트 2026'을 통해 신작의 정식 타이틀명과 세부 기획을 소개하는 쇼케이스를 개최했다. 베일을 벗은 타이틀명 <버추어 파이터 크로스로드>는 로고 속 'VIRTUA'의 앞 두 글자인 'VI'를 교묘하게 강조하며, 이번 작품이 시리즈의 정통성을 잇는 6번째 넘버링 타이틀임을 확고히 드러냈다.
이번 작품은 기존 대전 격투 게임의 한계를 넘어 스토리와 전투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파이팅 어드벤처'를 표방하며, 오는 2027년 정식 발매될 예정이다. 쇼케이스에 나선 야마다 리이치로 프로듀서는 신작에 대해 "최고의 내러티브 체험과 싱글 플레이, 그리고 시리즈 특유의 긴장감 넘치는 대전 격투를 완전히 융합시키는 타이틀"이라고 소개하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 신작의 무대는 '격투기의 도시' 빌라사파라
이번 작품의 주 무대는 동남아시아의 열대 섬에 위치한 가상의 거대 도시 '빌라사파라'다. 과거 유혈 사태가 난무했던 이 도시는 '아르마 협정'을 통해 마피아가 실질적으로 지배하며 기묘한 균형을 유지해 왔다. 특히 "이 도시에서 총기 및 화기를 사용할 경우 사형으로 처벌한다"는 강력한 규율이 존재해 자연스럽게 맨몸 격투가 성행하는 이른바 '격투기의 도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팽팽하게 유지되던 도시의 균형은 바토 대통령의 파격적인 행보로 인해 크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심화되는 국가 경제 위기를 타개하고 자신의 재선 캠페인을 성공시키기 위해, 전통적인 지하 격투 대회였던 '빌라 파이트 페스타'를 국가 스포츠이자 전 세계적인 메이저 콘텐츠로 육성하려고 나선 것이다.
여기에 '바쿠나와 킬러'라 불리는 정체불명의 남자가 벌이는 격투가 연쇄 습격 사건까지 맞물리면서 도시는 거대한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된다. 야마다 프로듀서는 빌라사파라라는 무대를 통해 마피아가 지배하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매력적인 모습을 배경에 생생하게 녹여냈다고 밝혔다.
시바사키 료 아트 디렉터 역시 세계 각지에서 저마다의 서사를 품고 흘러들어온 사람들의 배경은 물론, 해당 지역의 기후와 풍토 등을 철저히 조사하여 게임 내에 디테일하게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플레이어는 메인 스토리 외에도 다양한 사이드 스토리와 퀘스트를 수행하며 살아 숨 쉬는 세계관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 4인의 이야기가 얽히고설키는 '크로스로드 스타일' 스토리라인
스토리 모드는 시리즈 최초로 4명의 새로운 주인공을 내세운 옴니버스 형식을 채택했다. 이른바 '크로스로드 스타일'로 불리는 이 구조는 네 인물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가는 일방향적 진행에서 벗어났다. 저마다 다른 목적을 가진 캐릭터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전개하다가, 일련의 사건 속에서 서로 시점이 교차하고 운명이 얽히는 과정을 게임플레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주인공 중 한 명이자 이번 작품의 상징적인 인물인 '시엘로(Cielo)'를 중심으로 한 스토리 트레일러도 함께 공개됐다.
개발진은 캐릭터들이 싸우는 이유와 이들이 얽히게 되는 사실적인 스토리라인을 설정하는 데만 1년 가까이 공을 들일 정도로 내러티브 구축에 열을 올렸다. 야마다 프로듀서는 용과 같이 스튜디오가 개발을 맡았지만, 기존 <용과 같이> 시리즈와는 차별화된 전혀 다른 분위기의 작품을 만들고자 치열하게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시나리오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글로벌 실력파 크리에이터들도 국경을 초월해 뭉쳤다. 데이비드 헤이터가 월드 빌딩 수퍼바이저로 참여하고, 브래드 케인이 리드 라이터, <용과 같이> 시리즈의 후루타 츠요시가 시나리오 디렉터, <페르소나5>의 야마모토 신지가 시나리오 라이터로 합류하는 등 호화로운 작가진이 세계관 구축부터 시나리오 제작까지 긴밀하게 협력했다.
# 시리즈의 정체성은 그대로
이번 신작의 개발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리얼리티'와 '이노베이션'이다. 과거의 유산을 단순히 답습하지 않고, 현시대에 맞춰 시스템을 재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에 따라 펀치, 킥, 가드라는 시리즈 전통의 직관적인 조작 체계는 굳건히 계승하되, 다수와의 난투나 보스전 등 기존에 없던 다채로운 배틀 환경을 새롭게 도입했다. 대전 액션 특유의 카메라 워크와 조작감을 유지하면서도 일대다 배틀의 감각을 자연스럽게 녹여내 사실적이고 진화된 격투를 선보인다.
특히 고정된 방어 모션에서 벗어나 디테일한 리얼리티를 극대화한 점이 눈에 띈다. 타케다 요스케 전투 디렉터는 실제 격투기 공방에서 단순히 상단과 하단 고정 모션으로만 방어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해, 상대 공격의 궤적이나 타격의 종류에 따라 캐릭터가 그에 맞춰 유기적인 방어 동작을 취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버추어 파이터> 시리즈의 정체성인 '입문은 쉽고 마스터는 어려운' 대전 재미도 한층 정교해졌다. 정확한 커맨드와 반응 속도를 요구하는 '테크닉', 대미지를 극대화하는 콤보 '지식', 상대의 타이밍을 빼앗는 '심리전'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누구나 가볍게 시작할 수 있으면서도 높은 수준의 수 싸움이 오가는 시리즈 특유의 전략성을 깔끔하게 구현해 냈다.
스토리 모드 외에도, 1대1 대전을 즐길 수 있는 대전 모드와 온라인 대전 기능도 충실히 지원해 격투 게임 본연의 재미도 확실히 챙겼다. 야마다 프로듀서는 이번 신작이 "단순한 리메이크나 과거의 향수에 기대는 작품이 아니라 완전히 새롭게 태어난 <버추어 파이터>"라며, "대전 격투를 즐기지 않고 싱글 플레이만 하는 유저라도 반드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