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 오브 인덱스 2018'에서 주목받은 실험작 '베스트럭'(Bestluck)은 꿈속에서 여자를 만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특유의 그래픽과 음향 효과에서 나오는 서정성을 인정받아 여러 어워드에서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이 게임은 텍스트나 나레이션, 설명 없이 유저에게 의문만 남기며, 개발자는 이를 '숲 속을 헤매는 기분'에 비유했습니다. 묘한 끌림으로 게임을 끝까지 플레이해보니, 정말 한 마디의 설명도 없이 진행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베스트럭'은 퍼즐 어드벤처 게임으로, 유저는 넓은 맵을 탐색하며 퍼즐을 풀고 다음 단계로 나아갑니다. 플레이타임은 약 한 시간 남짓으로 볼륨이 크지는 않습니다. 모든 퍼즐은 '문'과 '문 너머로 볼 수 있는 것'이라는 컨셉을 기반으로, 여러 개의 문을 열고 닫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문과 시선이라는 컨셉 하나만으로 다양한 퍼즐 기믹을 선보입니다. 대부분의 퍼즐은 문을 정해진 순서대로 열어야 풀리며, 순서를 틀리면 열어둔 모든 문이 닫혀버립니다. 문을 열 순서를 알려주는 단서는 문을 열 때 나타나는 발자국이나 직접 열어보며 찾아야 하는데, 이 단서들은 문 너머에서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게임이 퍼즐에 대해 어떤 설명도 해주지 않아 쉽지만은 않습니다.
'베스트럭'은 유저에게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퍼즐 해결이나 게임 진행 과정에서 어떤 코멘트도 얻을 수 없으며, 중요 오브젝트를 안내하는 '표지판' 같은 장치도 없습니다. 게임을 시작하면 유저는 어느 방에 홀로 놓이고, 무엇을 해야 할지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게임은 유저가 침대를 눌러 잠에 빠지는 순간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이때도 나레이션이나 행동 지시는 없으며, 꿈속 소녀의 손가락 방향과 특정 물체에서 새어 나오는 빛, 단 두 가지 단서만으로 '눈치껏' 진행해야 합니다.
스토리 또한 텍스트, 컷씬, 대화 없이 진행됩니다. 최소한의 연출과 표정 없는 캐릭터가 등장하며, 각 퍼즐을 풀면 스토리의 조각인 일러스트 한 장이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집니다. 이 일러스트의 의미나, 게임 진행을 위해 소녀의 에너지를 채우는 과정의 의미 또한 설명되지 않습니다. '베스트럭'의 모든 스토리와 설정은 오직 제시될 뿐, 유저가 직접 상상하고 해석해야 합니다. 이는 언뜻 불친절하고 답답하게 들릴 수 있지만, 실제 플레이 경험은 다릅니다.
'베스트럭'을 플레이하며 유저는 숱한 궁금증과 그것이 풀렸을 때의 깨달음을 경험합니다. 게임이 겉으로는 비어 있는 듯 보이지만, 그 빈 공간은 유저의 상상력으로 채워집니다. 불충분한 단서는 '알고자 하는 본능'을 자극하여 상상력을 동원하게 하며, '보입니다'와 같은 최소한의 텍스트마저 상상의 여지를 남깁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핵심 장치는 그래픽과 사운드입니다. 꿈속을 걷는 듯한 푸른 색감과 로우 폴리곤 그래픽은 캐릭터가 '꿈속'에 있다는 설정을 유저가 납득하도록 돕고, 비현실적인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합니다. 이는 '무엇을 상상해야 하는지'에 대한 분위기적 길라잡이 역할을 하여, 유저의 상상력이라는 그래픽을 활용하게 합니다.
사운드는 상상력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길 걷는 소리, 비 오는 소리, 천둥 소리 등 상황에 맞는 음향 효과는 유저가 떠올린 상상력을 뒷받침하고 스토리에 깊이 몰입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특히 하이라이트에서 등장하는 노래는 이러한 몰입감을 극대화합니다.